
주차하다 긁은 내 차, 컴파운드로 문질러? 물파스로 지워? 기스 제거의 정석과 민간요법의 위험성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다가 "찌이익" 하는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주차장에서 나오다가 기둥에 살짝 비벼 범퍼에 흉터가 생겼을 때의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당장 정비소에 가자니 수십만 원의 도색 비용이 아깝고, 그냥 타자니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려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물파스를 바르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치약으로 문지르면 된다", "컴파운드가 만능이다" 등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지만, 막상 따라 했다가 광택이 다 죽어버려 뿌옇게 변하거나, 긁힌 자국이 더 선명해져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공업사를 찾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자동차 도장면은 쇠판 위에 프라이머, 베이스 코트(색상), 클리어 코트(투명층)가 겹겹이 쌓여 있는 예민한 피부와 같습니다.
상처의 깊이에 따라 연고를 발라야 할 때가 있고, 봉합 수술을 해야 할 때가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손톱 하나로 판별하는 '셀프 복원 가능 여부' 진단법부터, 기스 제거의 핵심 아이템인 '컴파운드'의 올바른 사용법, 그리고 소문 무성한 '물파스 신공'이 왜 위험한지 그 화학적 진실까지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3천 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스, 30만 원 쓰기 전에 먼저 확인하세요.
🚗 내 차의 상처는 '찰과상'인가요, '열상'인가요?
자동차 기스를 제거하기 전에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도장면의 구조'**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자동차의 반짝이는 색상은 사실 투명한 페인트 막인 **'클리어 코트(Clear Coat)'** 밑에 보호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벼운 기스는 이 클리어 코트 층에 생기는 상처입니다.
투명층이 긁혀서 빛이 난반사되어 하얗게 보이는 것이죠.
이런 경우 주변의 클리어 코트를 미세하게 깎아내어 높이를 맞춰주면(연마) 기스는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이것이 컴파운드의 원리입니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깊어서 클리어 코트를 뚫고 페인트 색상층(베이스 코트)이나 철판(프라이머)까지 도달했다면, 아무리 문질러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살점이 떨어져 나간 곳을 연마한다고 새 살이 돋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페인트를 덧발라주는 '터치업(붓펜)' 시공이나 재도색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내 차의 기스가 문질러서 지워질 놈인지, 칠해야 할 놈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주 간단한 진단법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손톱'**입니다. 이 글을 통해 무조건 문지르기 전에 내 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올바른 처방을 내리는 법을 배워보겠습니다.
💅 1. 손톱 테스트와 물 뿌리기: 복원 가능성 1초 진단
**① 손톱 테스트:**
기스가 난 부위를 손톱으로 살살 긁어보세요.
- **손톱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고 매끄럽게 지나간다면?** 축하합니다. 투명층만 살짝 긁힌 가벼운 상처입니다. 컴파운드로 10분이면 완벽하게 지울 수 있습니다.
- **손톱이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안타깝지만 깊은 상처입니다. 투명층이 파였거나 도장면이 벗겨진 상태이므로, 컴파운드만으로는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붓펜을 사러 가셔야 합니다.
**② 물 뿌리기:**
상처 부위에 물을 뿌려보세요.
- **물이 묻었을 때 기스가 안 보인다면?** 투명층의 난반사 때문이므로 컴파운드로 해결 가능합니다.
- **물을 뿌려도 선명하게 보인다면?** 이미 페인트가 까진 것이므로 도색이 필요합니다.
🧪 2. 컴파운드(Compound): 문지르는 것도 순서가 있다
컴파운드는 액체로 된 '사포'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세한 연마 알갱이가 도장면을 갈아내는 원리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3000방(마무리용)', '1000방(굵은 기스용)' 등의 숫자는 알갱이의 고운 정도를 나타냅니다.
**[올바른 사용법]**
1. **세척:** 작업 부위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제거합니다. 먼지가 있는 상태로 문지르면 더 큰 기스를 만듭니다.
2. **도포:** 저먼 패드나 부드러운 극세사 타월에 컴파운드(소량)를 묻혀 기스 부위에 찍어 바릅니다.
3. **연마:** 기스 방향과 수직으로, 혹은 원을 그리며 적당한 힘으로 문지릅니다. 기스가 사라질 때까지 반복합니다.
4. **광택 복원:** 컴파운드로 문지른 곳은 미세하게 갈려나가 광택을 잃고 뿌옇게 변합니다(정상).
이제 더 고운 입자의 컴파운드나 광택 복원제로 다시 문질러 광을 살려줘야 합니다.
**주의사항:** 너무 세게, 한곳만 집중적으로 문지르면 마찰열 때문에 도장면이 타버리거나 투명층이 완전히 벗겨질 수 있으니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하며 작업하세요.
🧴 3. 물파스와 아세톤의 진실: 약인가 독인가?
인터넷에 떠도는 "물파스로 기스 지우기" 영상,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결론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위험하다"**입니다.
물파스에는 알코올과 휘발성 용제(솔벤트 성분)가 들어있습니다.
이 성분은 페인트를 녹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만약 내 차의 기스가 긁혀서 파인 게 아니라, **'상대방 차의 페인트가 묻은 것(이물질)'**이라면 물파스로 닦았을 때 아주 잘 지워집니다. 페인트를 녹여버리니까요.
하지만 내 차의 도장면도 같이 녹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물파스로 문지르면 멀쩡했던 클리어 코트가 화학 반응으로 녹아내려 광택이 죽고 표면이 흐리멍덩해집니다.
기스는 없앴지만 광택도 잃는 셈이죠.
따라서 물파스는 **페인트 자국을 지울 때만 살짝 쓰고, 사용 후 즉시 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합니다.
** 긁혀서 파인 상처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 바르지 마세요.
💡 기스는 영광의 상처? 붓펜으로 점만 찍으세요
지금까지 셀프 기스 제거의 허와 실을 알아보았습니다.
손톱에 걸리지 않는 얕은 기스는 컴파운드로, 페인트가 묻은 자국은 물파스(후 세척 필수)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톱이 걸리는 깊은 상처라면? 완벽하게 복원하려는 욕심을 버리세요.
셀프로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내 차 색상 코드에 맞는 **'붓펜(터치업 페인트)'**을 사서, 상처 부위에 톡톡 찍어 발라 녹이 스는 것만 방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멀리서 보면 티도 안 납니다.
자동차는 도로를 달리는 물건이기에 상처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작은 기스 하나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오늘 알려드린 방법으로 가벼운 찰과상 정도만 치료해 주며 쿨하게 타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정신 건강과 지갑을 지키는 길입니다.